점자 동시 병렬 그림
이솜이
나란나란 레지던시 01 : 《점자 동시 병렬 그림》 재연하기 : 글로 보는 이미지
11월 19일 포에버✰에서 여섯시간 동안 진행했던 레지던시 기록을 남깁니다.
모든 전시장에는 눈으로 무언가를 보는 이뿐 아니라, 음성 혹은 점자 글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이도 있습니다. 두가지보기 방식은 서로 다른 경로와 감각을 통하기에 다른 특성을 갖고 있지만, 모두 다 한 공간에서 작품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과 감각을 시각적 관람 경험을 중심에 둔 전시장에서 떠올려봅니다.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렸던 《점자 동시 병렬 그림》에서는 그림과 점자로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누군가는 글을 읽고 이미지들을 머릿속으로 그렸고, 누군가는 그림을 읽어 이미지를 읽었습니다. 어떤 이는 손끝으로 전시장을 만졌고, 어떤 이는 접촉하지 않는 눈으로 읽었습니다. 특히 글과 이미지가 간의 시차가 생각보다 커, 서로가 전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달랐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글의 말머리부터 마침표까지, 전체를 읽어야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대체텍스트를 통한 보기는 고요하고 긴 시간의 보기를 만들었습니다.
19일 레지던시에서는 눈으로 빠르게 볼 수 있는 이미지들은 제외하고, 대체텍스트만을 통해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형태로《점자 동시 병렬 그림》를 재연했습니다.
이미지가 있던 자리에 대체텍스트를 두었습니다. 레지던시는 글을 통해 떠올릴 이미지들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어 다성적이고, 또 서로가 그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완결된 이미지가 있었던 《점자 동시 병렬 그림》를 재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점자 동시 병렬 그림》에서 점자 글로 감상했던 어떤 이의 전시 경험을 그대로 재연했습니다. 이 재연은 지난 전시에서의 시각적인 정보들을 참조해야할 원본으로 상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길 바랍니다.
11월, 다양한 형태의 읽기와 보기가 공명하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전시의 형태를 시도해 보았다면, 그 안에서 서로의 읽기와 보기가 어떻게 관계를 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가려고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