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동네
현대미술의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현대미술 전시공간 포에버 forever✰의 첫 전시 《친구네 동네》를 소개합니다. 《친구네 동네》는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새롭게 문을 연 전시 공간 포에버 forever✰와 공간 주변의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시도입니다. 전시 제목 ‘친구네 동네’는 공간 디렉터 최태윤이 바라본 ‘행촌동’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선은 행촌동(경복궁역과 신촌역 사이)을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경유지로 바라보는 것이고, 두 번째 시선은 다양한 연령층이 살고 있는 오래된 주거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네 동네》는 행촌동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이슈나 장소 특정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촌동 길목에 위치한 공간의 안과 밖에서 양방향 시선이 동시에 교차되는 실험에 가깝습니다. 본 전시는 미술관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들과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주민들 모두 공간으로 초대하고, 작품 감상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 글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고윤서, 김환, 백구, 이천표, 정성훈, 최재원 총 6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드로잉과 페인팅, 웹 아트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또한, 본 전시는 2024년 포에버 forever✰ 운영 자금을 모으는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참여 작가님과 공간이 5:5로 나누고, 창출된 수익을 지역 예술가와 공간 운영에 재투자함으로써, 상호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경직된 전시 형식에서 벗어난 유연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친구네 동네에 구경 가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포에버 forever✰에 놀러 오세요!
- 기간: 2023. 12. 7~12. 24
- 시간: 화-일 12-6pm (12월 7일, 24일은 3-9pm)
- 전시 오프닝: 12월 7일 5시
- 장소: 포에버 forever✰(서울 종로구 사직로11 104호)
- 기획: 최태윤
- 프로젝트 매니징: 강은홍
- 접근성: 덕기
- 포스터 디자인: 최태윤
- 공간 & 로고: 김범준
2022년 12월, 베를린 한 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하러 열흘간 머물렀다. 베를린의 여름은 꿈같이 아름다워서, 어디를 가든지 낭만과 여유가 느껴지지만, 어둡고 푸른 겨울은 무척 외롭다. 겨울만의 매력을 찾아서 티어가르텐 Tiergarten 의 눈 덥인 동물원과 호수 주변을 걸어다니며, 그곳에 대해 글은 남긴 발터 벤야민의 멜랑콜리한 발자국을 따라가, 영하의 날씨에도 맨살을 드러낸 멋진 착장으로 베억하인 Berghain 클럽의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지만 솔직히 추운 날씨와 맛없는 외식에 지쳐갔다. 여행의 마지막 날, 새롭게 알게 된 로컬 친구가 ‘offline’이라는 대안공간을 Lichtenrader Str. 4에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봤다. 오래된 바가 있던 자리에 예술가와 오픈소스 해커들이 모여서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었다. 멋지고 거대한 미술관이나 웅장한 베억하인 클럽의 내부보다도 ‘offline’ 공간과 공간이 위치한 동네가 가장 흥미로웠다.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동네의 식품재료점, 맛있는 식당과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동네 같았다. 친구네 동네에 가면 익숙한 것들과 낯선 것들 사이에서 그곳 고유의 느낌을 발견할 수 있다.
베를린을 떠나 한국에 돌아와서 나도 대안공간/갤러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살던 경기도 한강 신도시 근방의 ‘지식산업센터’도 여러 군데 알아보고, 신도시 주변 재개발이 취소되어 유령 마을처럼 남겨진 구도심 상가도 보았다. 그 후 6월까지 서울의 여러 대안공간과 갤러리들을 다니며,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싶은가 고민했다. 부동산을 알아보던 중 독립문역과 사직터널 사이의 동네에 가보고 바로 이곳이야말로 친구네 동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1, 104호. 7~9월에는 공간 설계와 시공, 10~11월에는 공간 개관을 준비하며 여러 작가를 초대해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12월 첫 개관전시 《친구네 동네》에서는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포에버 forever✰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작가들을 초대했다. 이전 작업에 협업자 혹은 기술자로 참여해서 도와줬던 작가님들, 이전부터 활동을 유심히 지켜봐 왔던 작가님들, 그리고 근래에 알게 되었지만, 호기심이 생긴 작가님들을 초대했다. 작가들도 처음 서로를 만나는 것이고, ‘포에버’라는 새 친구의 동네에 처음 와보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포에버 forever✰가 만들고자 하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동네의 시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