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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은 디지털 이미지와 자연의 요소를 작업의 주된 재료로 사용하며 선형적이면서 동시에 비선형적인 일상의 시간을 화면 위에 추상적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캔버스 화면에 레이어를 중첩시킴으로써 각기 다른 질감과 색, 테크닉이 저마다 갖고 있는 다른 호흡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 기억과 매체 속 시간이 교차 되어 쌓인 하나의 완성된 그림은 ‘시간 속 집’이자 ‘기록물’이 된다. 고정되고 안정된 시간을 탐구하는 회화 작업은 휘몰아치고 똑바로 서 있기 어려운 ‘현재’에 정박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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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서 강한 슬픔을 느끼면서도 그 움직임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심적 갈등을 반영한다.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록 수단으로 강렬하게 빛이 났다 퍼져나가는 순간을 화면 안에 고정한다. 순간을 손에 쥐고 싶은 열망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역동성을 그리드 화면 위에 새기게 했다. 내면의 정적인 소유욕과 외부의 역동성은 그림 속 각기 다른 레이어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그림으로 표현된 시간에 대한 단상들을 더 빛나게 한다.

<2 Different Light>는 작가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스스로 지어놓은 규정과 그것을 깨기 위한 노력의 일환에서 제작되었다. 두 개의 캔버스로 이뤄져 있는 이 그림의 상단부에는 체스판을 떠올리게 하는 격자와 인공위성이 자리하고, 인공위성에서는 빛이 내뿜어진다. 하단부에는 새벽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그라데이션과 함께 강한 빛이 내리쬐고 있다. 인공위성은 우주 아래 지상에서 움직이는 생명체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한다. 하단부에 위치한 피감시자는 인공위성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옥죄이는 빛을 벗어날 수 있는 다음 사건, 다음 날의 해, 또 다른 빛을 기다린다.